16990326

jiam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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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9년 3월 25일 己卯년 戊辰월 乙未일, 양력 1699-04-25 1699년 3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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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9년 3월 26일 을미
二十六日 乙未
맑음
지난번 <Term id="M220" name="별장">별장(別將)인물</Person>이 왔을 때, “올해 전염병이 전에 없던 것이라 모두들 위급하고 위태롭게 여겨 엎드려 숨죽인 채 날을 보내고 있으니, 봄이 다 가는데도 전혀 좋은 일이 없습니다. 원하건대 한번 연동(蓮洞)공간에 오셔서 여러 친족들을 양지바른 언덕에 모아 회포를 푸는 계기로 삼는 게 어떻겠습니까?” 라고 했다. 내가 “군(君)의 말이 옳습니다. 하물며 연동공간은 내가 어릴 때 놀던 곳이라 매번 옛적에 놀던 곳을 둘러보고 싶었으나 뜻을 같이 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지금 군의 말이 내 뜻을 일깨웠으니 과감하게 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頃日別將來時言 今年癘疫前古所無 ■皆危疑 蟄伏度日 三春向闌 頓無好意 願一來臨蓮洞 會諸族陽坡 以爲暢懷之地如何 余曰 君言是矣 況蓮洞吾童子所舊遊 每欲周覽舊遊處 而顧無同志者矣 今君之言起余之意 可不勇往乎
오늘 아침을 먹은 후 흥아(興兒)인물와 함께 연동공간으로 출발했다. 북고개(北古介)공간에 이르러 물품을 탄 채 곧장 백사정(白沙亭)공간에 올랐다. 이복(爾服)인물 부자, 조채약(趙采若)인물, 동미인물, 남미(南美)인물, 지미(趾美)인물, 동미인물의 아들 이정(爾鼎)인물을 불러 모아 모래밭에 앉아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今日朝食後 與興兒發向蓮洞 到北古介 仍騎直上白沙亭 招集爾服父子趙采若東美南美趾美東之子爾鼎 坐沙語良久
백사정공간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옛날에는 장송(長松)물품이 무성하고 흰 모래가 마치 눈과 같았지만, 지금은 모래 언덕 하나만이 솟아있고 나무는 없으며 마을은 쇠락하여 이미 옛적에 보던 곳이 아니었다. 그대로 어릴 때 일을 생각하노라니 처량한 마음을 이길 수 없었다.
所謂白沙亭 昔年則長松落落 白沙如雪矣 今則直一沙阜兀兀耳 樹木無存 村落凋殘 已非舊日所見 仍念兒時事 不勝悽感
곧 여러 사람들과 천천히 걸어 응봉(鷹峰)공간에 올랐다가 발길을 돌려 덕음암(德音巖)공간에 올라갔는데, 연동공간의 주산(主山)이다. 백사정공간부터 이곳까지는 산세가 가팔라 간간이 다리를 쉬면서 왔다. 덕음암공간에 올라 앞뒤를 보니 산천이 자못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예전에 이곳에 올라 멀리 바라보면 한라산공간이 파도와 운무 사이로 아득하게 드러나 보였는데, 지금은 흐릿한 기운[烟靄]이 자욱하여 전혀 보이는 것이 없었다. 서로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旋與諸人緩步 登鷹峰 轉上德音巖 卽蓮洞主山也 自沙亭至此 山勢峭峻 間間休脚 旣登德巖 眺望面背 山川頗覺爽豁 昔日登此遙望 漢拏山微茫隱現於波濤雲霧之間 今則烟靄濛濛 頓無所見 相與指點 而笑語
높은 곳이라 바람이 강해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굴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굴은 산의 중간쯤에 있는데 안이 매우 넓어 수십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이다. 굴 안쪽에 샘이 있어 돌 틈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등성이를 오르다보니 힘이 들고 매우 목이 말라 앞 다투어 손바닥으로 물을 움켜 마셨다. 시원하기가 마치 감로(甘露) 같았다. 산길을 내려와 풀밭에 앉아 쉬었다.
高處風緊 不可久留 轉下到窟 窟在山之半腹 窟中頗大 可容數十人 窟之奧有泉 自石隙流出 登陟之餘 勞渴方甚 爭先掬飮 爽若甘露 旣下山路 坐草休脚
소나무물품 가지를 꺾어오게 하여 그 연한 껍질부분을 깎아서 먹었는데, 이른바 송고(松膏)물품이다. 어릴 적 재미를 다해보고 싶어 해 보았더니 옛날에 즐기던 바와 똑같으나, 유독 늙은 다리가 피곤하여 거의 맘대로 할 수가 없다.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더욱 쇠해졌음을 문득 깨닫는다. 앞으로 몇 년 후면 오늘과 같은 일을 다시 할 수 없게 될 것이 틀림없다. 슬프다, 어찌 하리요!
令折致松枝 刮其軟膚而啖之 卽所謂松膏也 蓋欲盡兒時滋味 而爲之宛如昔年所嗜 而獨老脚疲倦 殆不能自任 較諸數年前 則頓覺益衰 此後數年 則必不能復爲今日事耳 傷哉 奈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