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50122

jiam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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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5년 1월 21일 乙亥년 戊寅월 甲申일, 양력 1695-03-06 1695년 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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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5년 1월 22일 갑신
二十二日 甲申
맑음
김(金) <Term id="M519" name="전적">전적(典籍)인물</Person>이 장흥공간에서 오는 길에 들러서 만났다.
金典籍自長興來歷見
崔厚卓金三達尹舜齊來
연동(蓮洞)공간한종주(韓宗周)인물윤천우(尹天佑)인물가 왔다.
蓮洞韓宗周尹天佑來
윤선형(尹善亨)인물이 와서 묵었다.
○尹善亨來宿
기대하지 않았던 세 가지 일.
세상사에는 힘써 구해도 얻지 못하는 것이 있고, 쉽게 얻었으나 이루지 못하는 것도 있다. 하늘이 정한 바가 있으니 사람은 멋대로 할 수 없다. 그러니 도모하지 않았는데도 이루거나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찾아온 것은, 어찌 하늘이 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의 사례를 들어 이를 증명하겠다. 어떤 것인가? 우리 선조는 귤정공(橘亭公) 이래로 자손이 아주 적어 겨우 두 개의 파(派)만 있을 뿐이다. 한 파가 대를 이으면 한 파는 후손이 없어 서로 후사를 세워주어 겨우 대가 끊기는 것을 면했다. 이렇게 내 대까지 다섯 대를 이어왔으니, 우리 가문의 쇠약함과 영락함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 선조들은 선업을 두터이 쌓고 덕을 깊이 심었는데도 그 보답이 이와 같은데, 나같이 기질이 쇠약하고 업적이 천박한 사람이 후손이 번창하리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내 자손은 무성히 번창하여 그 수가 매우 많으니, 이는 비록 우리 조상님들께서 남기신 덕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어찌 내 대에서 이런 복을 만나리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것이 기대하지 않았던 첫 번째 일이다.
과거는 사람을 뽑는 오래된 방법이다. 그런데 후세로 내려와 사욕이 횡행하면서, 경학에 밝고 행실이 훌륭한 것을 높이 여기지 않고 오직 출세하여 벼슬하는 것만을 일삼아, 이리저리 구절을 뽑아 문장을 추구하며 이치를 궁구하는 학문은 전혀 알지 못하고, 다투어 권세를 추구하며 염치를 아는 마음은 완전히 잃어버렸다. 부형의 도움을 끼고 붕우의 원조에 힘입으며 밤낮으로 오직 위와 같은 일에만 힘쓴다. 온 세상이 모두 이런 풍조에 휩쓸렸으니 끝내 어느 지경에 이를지 알지 못하겠다. 저 중요한 과거라는 것이 과연 이와 같은 것인가? 나로 말하자면 의지할 만한 세력도 없고 믿을 만한 재주도 없이, 과거에서 붙건 떨어지건 득실을 따지거나 기뻐하고 슬퍼하는 마음 자체가 아예 없었다. 이와 같은데 어찌 성취가 있을 수 있었겠는가? 세상에 대한 재주가 적은 채로 늙어버렸으니, 초목과 함께 썩어가며 이 세상에 더는 바람이 없는 존재임을 스스로 잘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 뜻밖에 십년 동안 포기하고 있던 과거에 늘그막에 합격하여, □□이 거의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졌으며 가문의 명성이 이에 힘입어 땅에 떨어지지는 않게 되었으니, 이 어찌 나처럼 불초한 사람이 감히 바랄 수 있는 일이었겠는가? 이것이 기대하지 않았던 두 번째 일이다.
세상사람 중 부모를 잃은 사람 어찌 한량이 있겠는가만 나와 같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지금 한 세상 뿐만 아니라 온세상 전시대를 통틀어도 나 같은 경우는 결코 없을 것이다. 나는 태어나기 아흐레 전에 아버지를 여의고 태어난 지 나흘 만에 어머니를 잃었다. 태어나 어머니 젖을 먹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어머니의 보살핌도 알지 못했다. 몸이 허약하여 숨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겨우 이어져 열 살 이전에는 매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으니, 보는 사람 모두 다음 아침 다음 저녁이면 죽을 목숨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중년에 이르러서야 몸상태가 조금 건실해져 겨우 사람 비슷하게 되었지만, 조섭을 조금만 잘못해도 죽음이 찾아올 터였다. 기혈이 한창일 때를 당하여 곧 사그라졌고 근골이 튼튼해지자마자 도로 쇠약해졌으며, 연약한 몸은 노경이 찾아오기도 전에 영락하고 머리는 예순이 되기도 전에 세어버렸다. 언제 죽을까하는 걱정으로 마음이 항상 불안했으니, 이와 같은데도 어찌 오래 살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도 어느덧 나이가 이미 예순이 되었다. 건강하여 병이 없는 사람도 쉬이 이를 수 있는 나이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뭣하나 괜찮은 구석이 없으면서도 이런 나이까지 살 수 있었다.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겠는가? 이것이 기대하지 않았던 세 번째 일이다.
아아, 이 세 가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대하는 일이지만, 이룬 사람은 적다. 이 중 한두 가지를 이룬 이는 있어도 셋 모두를 갖춘 사람은 더욱 적다. 그런데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이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이 셋을 한 몸에 다 갖추었으니, 하늘의 도움 덕택이 아니면 그 무엇이랴! 하늘이 어찌 나에게 괜히 이 일을 허락했겠는가? 이는 곧 우리 조상들의 음덕이다. 그러니 이 어찌 내 일신의 복이랴! 모두 우리 조상님들이 남긴 경사이다. 내가 이를 잘 아니, 사사로운 행복으로 여기는 마음이나 스스로 뻐기는 뜻이 털끝만큼도 있을 수 없고 밤낮으로 삼가 조심하여 마치 이기지 못할 듯이 여기노라. 자손들이 번성한 일은 ‘오히려 지나친 일이다’라고 여기며 자손들이 귀하게 현달함까지는 감히 기대하지도 않노라. 과거에 급제한 일은 ‘오히려 과분하다’라고 여기며 높은 지위까지는 감히 기대하지 않노라. 이 나이까지 오래 살게 된 일은 ‘살만큼 살았다’라고 여기며 장수까지는 감히 기대하지 않노라.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경계의 계기로 삼았거늘, 어찌 감히 현재를 씨앗으로 삼아 기약할 수 없는 장래를 기대하겠는가? 기대란 욕망이니, 곧 조물주가 꺼리는 바이다. 그러니 희망을 품고 고대하는 것은 아예 기대를 하지 않음만 못하다. 오직 솔직함, 신실함, 일관됨, 조심스러움으로 덕을 진전시키기만을 기약하며, 길흉화복은 하늘에 맡길 뿐이다. 기대란 오직 ‘기대하지 않음’을 기대함만 있을 뿐이니, 다른 그 무엇을 기대하랴!
三不期
天下之事 有宜可力求而不得者 有宜可俯取而不成者 蓋有天定者存 而人不得容其私也 然則其不謀而就 不期而至者 庸非天乎 余於余驗之矣 何者 吾先祖橘亭以下 子孫鮮少 只有兩派 而一派繼姓 則一派無後 互相立嗣 菫免絶世 如是者至於吾輩而已五代矣 門闌之衰弱 族姓之零丁 可勝言哉 以吾先積善之厚 種德之深 宜可以食效見報 而猶如此 況如吾氣質之疲癃 行業之淺薄 其可望嗣屬之蕃衍乎 然而今吾之子孫 蔚然有詵詵之盛 此雖是吾祖先餘慶之所由發 而曾豈料於吾身親見之哉 此不期者一也
科目者 古之所以取人之方也 降及後世私欲橫流 不以經明行修爲貴 唯以發身干祿爲事 尋章摘句 全昧窮格之學 爭趨競進 都喪廉恥之心 挾父兄之吹噓 荷朋友之援引 日夜孜孜者 唯在於此 擧世滔滔 而不知止焉 科名之重 果若是哉 若余者 旣無形勢之可倚 又乏才藝之可恃 其於科場得失之際 漠然無計較欣慽之心 如此而其能有成乎 伎倆於世 少而老矣 自分與草木同腐 無復爲斯世之望矣 不料十年抛棄之業 得售於暮境 □□□絶而復續 家聲賴此而不墜 此豈不肖如余者 所敢望者 此不期者二也
人生於世 孤露者何限 而孰有如余者乎 豈但一世之內無如余者 雖窮天地亘古今 亦必無如余者矣 未生之前九日 嚴父弃背 旣生之後四日 又失所恃 生不蒙慈乳之澤 又不識顧復之恩 形骸削弱 氣息綿綴 十歲之前 無非濱死之日 人之見之者 孰不謂朝暮且盡也 及至中年 榮衛稍實 菫似完人 而第以將攝之失 宜喪慽之所乘 氣血當盛而旋衰 筋骨將强而還脆 蒲柳之質 望秋而零 毛髮之白 未期而至 危亡之憂 凜凜在心 如此而其能久於世乎 然而居然之間 行年已六十矣 雖强剛無病之人 亦不可容易得者 顧我平生 無一可恃 而得年能如此 亦豈曾所料者 此不期者三也
嗚呼 此三者 皆人之所期 而得之者蓋寡矣 雖得其一二 而兼三而有之者 尤罕有焉 則以余之薄狀 三者之不期而咸萃於一身 非天而何 天之所以與我者 豈徒然哉 乃報我祖宗之德也 然則此豈吾一身之福也 乃我祖宗之餘慶也 余有見乎此 故不能有一毫私幸之心 自大之意 夙夜恐懼 如將不勝 於子孫之衆盛 曰此猶過矣 不敢復以貴達期之 於科第之成名 曰此猶侈矣 不敢復以爵祿期之 於年齒之中壽 曰此猶滿矣 不敢復以遐齡期之 乃以旣往之不期爲持戒之期 其敢以將來之不期爲濫觴之期哉 期者欲也 乃造物之所忌 況期之以有期 不若期之以無期 唯當以忠信篤敬爲進德之期 以吉凶禍福爲任天之期 其於不期之期 復何期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