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80626

jiam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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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8년 6월 25일 戊寅년 己未월 己巳일, 양력 1698-08-02 1698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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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8년 6월 26일 기사
二十六日 己巳
맑음
밭에 비를 바라는 마음이 꽤 있지만, 내릴 기색이 막연하다. 걱정스럽다.
西疇頗有望雨之意 而雨意邈然 可慮

일민가(逸民歌) -총 62구(句)-

1 이 몸이 늦게 나서 세상에서 할 일 없어
2 강호(江湖)의 임자 되어 풍월(風月)로 늙어가니
3 물외청복(物外淸福)이 없다고야 하겠는가만
4 돌이켜 생각하니 애달픈 일 하고많다
5 만물(萬物)에 귀한 것이 사람이 으뜸인데
6 그중에 남자(男子) 되어 이목총명(耳目聰明) 갖추고 태어나[1]
7 평소 먹은 뜻이 일신의 부귀 아니더니
8 뜻하던 일 이루지 못한 채 세월 훌쩍 지나 나이만 먹다가
9 머리 세고 나서야 공명(功名)을 겨우 이뤄냈지만
10 벼슬길 순탄치 않고 세상사도 기구해
11 오랜 동안 낮은 벼슬자리에서[2] 남의 뒤만 따르다가
12 따뜻한 봄날 쉬 가버려 풀이 다 시들까 근심하는 마음 그지없어[3]
13 지방관 되기 청원해 관인(官印) 차고 – 어버이 봉양을 위해 외직을 청했음을 말함 – 오마(五馬) 바삐 몰아
14 남쪽 지방 백리(百里)[4] 땅에서 백성과 더불어 휴식하려 했더니
15 이마 흰[5] 모진 범이 어딘가에서 나타나 – 함평(咸平)은 사정 대상이 아니었는데도[6] 이인엽(李寅燁)이 난입하여 전임 아전들 및 현임 감관(監官)에게 곤장을 쳤음 -
16 가뜩이나 엷은 벼슬에 대한 뜻 하루아침에 재[灰] 되었네
17 젖은 옷 벗어놓고[7] 황관(黃冠)[8]으로 갈아 쓰고
18 말채 하나 떨쳐 쥐고 호연(浩然)히 돌아오니 –내가 욕을 당한 후 정장(呈狀)하여 체직(遞職)을 청원했으나, 관찰사 홍만조(洪萬朝)가 허락하지 않았다. 나는 즉시 관인을 풀어 겸임인 영광군수에게 보내고는 마침내 관직을 버리고 귀향했다.-
19 산천이 의구하고 송죽이 반기는 듯
20 사립문 찾아들어 삼경(三逕)[9]을 다스리니
21 거문고와 책, 방 한 칸이 내 분수 아니겠는가
22 앞내에서 고기 낚고 뒷산에서 약을 캐며
23 손작업을 일로 삼아 여생을 보내노니
24 인생의 지극한 즐거움 이 밖에 또 없도다
25 전원(田園)의 남은 흥(興)을 전나귀[10]에 모두 실어 –이 구절 이상은 옥천(玉泉) 시골집의 즐거움을 서술했다. 이 이하는 죽도(竹島)의 자연 경승을 말했다.-
26 흰 바위 사이로 사초(莎草) 우거진 석양 길 따라 흥에 겨워 돌아오니[11]
27 아득한 한 조각 외로운 섬 안중(眼中)에 기특한데
28 어이하여 아스라한 십리 연파(烟波)까지 둘렀는가
29 삼신산이 흘러온 것인가 오호(五湖)[12]와는 어떠한가
30 소나무 휘휘 늘어지고 대나무 무성한데
31 초연(超然)한 초당 물 위에 비치니
32 그윽한 정취 가없고 상쾌함도 짝 없도다
33 한가한 대낮 늘어지게 봄잠 잔 뒤에
34 한 발 남짓 낚싯대를 어깨에 둘러메고
35 조각배 흘리저어[13] 물결 따라 떠가니
36 강바람 살살 불어 학발(鶴髮)을 흩날리고
37 갈매기 펄펄 벗이 되어 넘논다[14]
38 엄자릉(嚴子陵)의 칠리탄(七里灘)은 초상 그려 찾아오고[15]
39 하계진(賀季眞)의 경호수(鏡湖水)는 황제의 은총으로 얻었는데[16]
40 양가죽 옷을 벗지 않았으니[17] 피하기 어렵지 않겠지만
41 임금의 은혜 입은 후에 갚기를 어찌 하리
42 아마도 이 강산은 속한 데가 전혀[18]없어
43 여러 해 동안 주인 없다가 내 손에 들어왔으니
44 하늘이 주신 일인가 인력으로 얻을쏘냐
45 인간의 꿈을 깨어 - “큰 꿈을 누가 먼저 깨었는고”[19]의 뜻을 취했음 – 세상일 다 버리니
46 창랑(滄浪)의 자취[20] 알 리 없네 고기 낚는 생애 누가 다투리
47 조롱박잔에 술을 부어 알맞게 먹은 후에
48〈수조가(水調歌)〉[21] 길이 읊고 혼자 서서 우줄거리니[22]
49 호탕한 미친 흥을 행여 남 알지 못하게
50 곧 날 저무는가 먼 산에 달 오른다
51 그만 쉬어보자 바위에 배 매어라
52 패랭이 빗겨 쓰고 오죽장(烏竹杖) 흩어 짚으며
53 모래둑 돌아들어 돌길로 올라가니
54 오류댁(五柳宅)[23] 소쇄한데 경물이 새로워라
55 소나무 그늘 천천히 걸으며[24] 원근을 바라보니
56 수월(水月)이 영롱하여 또 다른 세상인 듯[25]
57 편안하고 만족스러워[26]신세를 다 잊었네
58 마음 속 맺힌 마음 북궐(北闕)에 달려[懸] 있으니
59 사안(謝安)처럼 음악으로 울적함을 씻어[27] 옛일이 오늘일세[28]
60 내 근심 무익한 줄 모르지 아니하되
61 천성은 변하지 못하니 진실로 가소롭다
62 두어라, 강호의 일민 되어 축성수(祝聖壽)[29] 나 하리라

○ 여음(餘音)
세상이 날 버리니 나도 세상 버린 후에
강호(江湖)의 임자 되어 일 없이 누워 있으니
어즈버, 부귀공명이 꿈인 듯하여라



일민가(逸民歌) 소서(小序)
지난봄 <Term id="M582" name="참군">참군(參軍)인물 외숙</Person>께서〈환산별곡(還山別曲)〉을 지어 보여주시기에, 내가 그것을 보고 기뻐하여〈일민가(逸民歌)〉를 지어 화답했다. 형편없고 우스운 작품이지만, 속마음을 서술하고 흥을 부쳤으니 스스로 만족하는 바가 없지는 않다. 원래 외숙께서 가을쯤 내려오시면 설아(雪兒)를 시켜 느린 장단으로 두 곡을 노래하게 하여 두 노인의 소일거리로 삼을 작정이었건만, 외숙인물께서 서울로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갑자기 흉한 소식이 오리라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애초 기쁨을 돋우려 지은 것인데 이젠 가슴 아픈 곡조가 되었으니, 사람 일의 알 수 없음이 이와 같은가? 오호, 애통하구나!



1698년 여름 지암(支庵) 옹(翁)인물

逸民歌

원문코드 깨짐



小序
往在春間 參軍渭陽作還山別曲以示之 余見而喜之 乃作逸民歌以和之 雖蕪拙可笑 而其述懷寓興 則不無自得者矣 准擬渭陽之乘秋下來 使雪兒緩踏兩闋 以爲兩老消日之地矣 豈料渭陽北歸 未幾凶音遽至乎 初爲助歡而成者 今作傷心之曲 人事之不可知者 有如是哉 嗚呼痛矣



戊寅夏支庵翁書
○이날 오후 소나기가 꽤 퍼붓다가 날이 저물기 전에 도로 그쳤다. 충분한 양은 못되지만 마른 작물을 소생시킬 만해서, 지극히 다행스럽다.
○是日午後驟雨頗注 日未沒還止 雖未得周洽 尙能蘇枯 極可幸也

























주석[ ]

  1. 삼기다: '생기다'의 옛말.
  2. 낭잠(郞潛): 한(漢) 안사(顔駟)는 문제(文帝), 경제(景帝), 무제(武帝) 등 세 황제의 치세를 거치면서도 불우(不遇)하여 늙도록 낭서(郎署)에 머물렀다고 한다.
  3. 촌초춘휘(寸草春暉)는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는 못하는 자녀의 안타까운 마음을 가리킴.
  4. 백리(百里): 옛날에 한 현(縣)이 관할하는 땅이 사방 100리였다고 함. ‘백리’는 현(縣)을 가리키는 대칭(代稱).
  5. 백액(白額): 맹호(猛虎)를 가리킴.
  6. 추생(抽栍): 암행어사가 해당 도의 전 지역을 다 살필 수 없을 경우 찌를 뽑아 살필 지역을 정했다.
  7. 탈습(脫濕), 즉 ‘젖은 옷을 벗음’은 벼슬을 그만둔다는 뜻.
  8. 황관초복(黃冠草服): 조악한 의복을 가리킴. 즉 평민이 입는 옷.
  9. 삼경(三逕): 삼경(三徑). 은자의 집을 가리킴. 한(漢)의 은사 장후(張詡)가 뜰에 작은 길 세 갈래를 내어 송죽국(松竹菊)을 심고 친구 양중(羊仲), 구중(裘仲)과만 사귀고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10. 전나귀: 다리를 절름거리는 나귀.
  11. 이 구절은 김천택의 다음 시조와 흡사하다.

    전원(田園)에 나믄 흥(興)을 전나귀에 모도 싯고
    계산(溪山) 니근 길노 흥치며 도라와셔
    아ᄒᆡ 금서(琴書)를 다스려라 나믄 ᄒᆡ를 보내니라
  12. 오호(五湖): 중국 강남(江南)의 경치가 빼어난 호수. 정확히 어떤 곳을 가리키는 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음.
  13. 흘리젓다: 배 따위를 흘러가게 띄워서 젓다. ‘흘리’는 ‘흘려, 흐르게, 따라’라는 부사어의 옛말.
  14. 넙놀다: ‘넘놀다(넘나들며 놀다. 새나 나비 따위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날다’의 옛말.
  15. 자릉(子陵)은 한(漢)의 은자 엄광(嚴光)의 자이다. 엄광은 후한(後漢) 광무제의 젊은 시절 친구인데, 광무제가 즉위하자 이름을 바꾸고 몸을 숨겨 절강성(浙江省) 동려현(桐廬縣) 부춘산(富春山) 부근 물가인 칠리탄(七里灘)에서 낚시를 즐기며 은거했는데, 광무제가 그를 그리워하여 그의 모습을 그려 찾게 했다고 한다. (《후한서(後漢書)》 〈일민전(逸民傳)〉 ‘엄광(嚴光)’ 조의 “황제가 그의 현명함이 그리워, 마침내 물색(物色)으로 찾게 했다[帝思其賢 乃令以物色訪之]”란 구절에 대한 이현(李賢)의 주석에 “그의 모습을 그려 찾게 한 것이다[李賢注, 以其形貌求之]”라고 하였음.)
  16. 계진(季眞)은 당(唐)의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자이다. 하지장이 은거하자 현종(玄宗)이 경호(鏡湖)의 한 구비를 하사했다고 한다.
  17. 양구(羊裘): 엄광이 칠리탄에서 양가죽 옷을 입고 낚시를 한 데서, 후에 은자, 혹은 은거생활을 가리키는 말로 쓰임.
  18. 바히: 바이(아주 전혀)의 옛말.
  19. 제갈량(諸葛亮)의 시에 “큰 꿈을 누가 먼저 깨었는고, 평소 나 자신이 스스로 알지. 초당의 봄 잠이 넉넉하니, 창문 밖에 햇볕이 더디고 더디네.[大夢誰先覺 平生我自知 草堂春睡足 窓外日遲遲]”란 구절이 있음.
  20. 은일(隱逸)의 행적.《초사(楚辭)》〈어부(漁父)〉에 어부가 부른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탁하면 내 발을 씻으리[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라는 노래가 나온다. 같은 노래가 《맹자(孟子)》 〈이루 상(離婁上)〉에선 어떤 어린 아이[孺子]가 부른 것으로 되어 있다.
  21. 주희가 무이산(武夷山) 창주정사(滄洲精舍)에서 지은 악부시(樂府詩) 〈수조가두(水調歌頭)〉를 가리킴. 〈수조가두〉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富貴有餘樂 貧賤不堪憂 誰知天路幽險 倚伏互相酬 請看東門黃犬 更聽華亭淸唳 千古恨難收 何似鴟夷子 散髮弄扁舟 鴟夷子成覇業有餘謀 收身千乘卿相 歸把釣魚鉤 春晝五湖烟浪 秋夜一天雲月 此外儘悠悠 永棄人間事 吾道付滄洲”
  22. 우즐기다: ‘우줄거리다’의 옛말. ‘우줄거리다’는 몸이 큰 사람이나 짐승이 가볍게 율동적으로 자꾸 움직인다는 뜻.
  23. 오류댁(五柳宅): 은자의 집. 도연명(陶淵明)의 별호가 오류선생(五柳先生)임.
  24. 흣걷다: ‘산책하다’의 옛말.
  25. 건곤(乾坤) 제곰인가: 윤선도(尹善道)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추사(秋詞)’ 제8수 중 ‘乾坤이 제곰인가 이것이 어드메오’, 즉 ‘저 천지 이 천지가 다 각기 다른 천지인가, 여기가 어디인가’라는 구절이 나옴. ‘제곰’은 ‘제(諸)+곰’으로서 ‘제가끔’, ‘제각기’의 뜻. ‘곰’은 앞말의 뜻을 강조하는 보조사.
  26. 희희(熙熙)는 화락(和樂), 평이(平易)한 모습을 형용하는 말. 호호(皥皥)는 만족하게 여기는 모양.
  27. 《세설신어(世說新語)》 〈언어(言語)〉에 다음과 같은 고사가 나온다. “사안이 왕희지에게 말했다. ‘중년에 접어들어 슬픔과 기쁨에 마음이 상해 친구와 이별이라도 하면 며칠 동안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왕희지가 말했다. ‘나이가 노년에 들면 자연히 그렇게 됩니다. 바로 음악에 의지하여 울적함을 씻는데, 항상 자식들이 이를 알아 즐거운 정취가 덜할까 걱정입니다.’ [謝太傅語王右軍曰 中年傷於哀樂 與親友別 輒作數日惡 王曰 年在桑楡 自然至此 正賴絲竹陶寫 恒恐兒輩覺 損欣樂之趣]”
  28. 임금 걱정하는 마음 간절하지만 사안(謝安)의 옛 고사를 따라 사죽(絲竹)으로 마음의 위암을 삼겠다는 말.
  29. 축성수(祝聖壽): 임금의 장수를 빌다.